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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 한국경제 매거진 9월호 [Special] 4색 미각, K디저트의 달콤한 유혹 ① 64 2021-05-13

[한경 머니 = 이동찬 기자 | 사진 서범세·김기남 기자] 요즘 한국을 상징하는 알파벳 ‘K’를 붙이면, 그 파급력은 어마어마해진다. 국내 아이돌 그룹이 이끄는 K팝은 이미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고, K뷰티 또한 세계인들에게 제품력을 인정받았다. K푸드도 마찬가지.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두 유 노우 김치?’로 시작했건만, 지금은 불고기와 비빔밥은 물론, 외국인들이 자발적으로 불닭볶음면을 김치에 말아먹기도 한다. 그렇다면 다음은 K디저트의 차례다. 사실 한국의 전통 디저트는 우리들에게도 낯선 감이 있지만, 알고 보면 꽤나 매혹적인 간식들이 즐비하다. 우리네 선조들이 즐겼던 주전부리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그들에게서 K디저트가 실현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였다.





놋그릇 가지런히 김순영
“놋그릇과 한식의 만남, 시골 어머니 정성 담아”

이름마저 정갈한 ‘놋그릇 가지런히’ 카페를 이끄는 김순영 대표는 경남 무형문화재 제14호 징장 이용구 선생의 며느리이자, 전수자인 이경동 선생의 아내다. 아들 또한 가업을 잇고 있어 3대가 일일이 손으로 두드려 가며 질 좋은 놋그릇을 만든다. 이 카페는 정성으로 탄생한 놋그릇이 손님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이다. 우리네 간식들이 놋그릇에 ‘가지런히’ 담긴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융숭한 대접을 받는 것 같다.


카페 이름이 매력적이에요.
“놋그릇 가지런히는 3대가 놋그릇을 만드는 ‘놋이공방’에서 운영하는 카페입니다.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보여 주고, 놋그릇과 어울리는 정갈함과 단아함을 표현하기 위해 ‘가지런히’라는 단어를 붙이기로 했어요. 저희가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반영한 것이죠.”

카페를 시작한 계기가 있나요.
“어렵게 만든 물건이 제 가치를 발휘하려면, 만드는 사람과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마음이 맞아야 해요. 그래서 소비자들과의 소통의 공간이 필요함을 느꼈습니다. 누구나 쉽게 와서 놋그릇과 그 정성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 카페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왕이면 서양 스타일이 아닌, 전통적인 놋그릇과 어울릴 수 있는 담백한 한국의 디저트를 내놓자고 생각했죠. 우리가 어렸을 적 먹고 자란 주전부리들을 생각하며 메뉴를 구성했습니다.”

경남 거창에서 올라온 팥을 손으로 일일이 개어 만든 단팥죽과 얼린 홍시에 단팥 고명을 얹은 홍시단팥,

생강에 부드러운 라테를 접목한 생강꿀라테


1층에 위치한 놋그릇 가지런히 카페의 내부.



어쩐지 메뉴들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아요.
“단순히 디저트를 먹는 게 아니라 만드는 사람의 정성이 느껴질 수 있도록 만들고 있어요. 예를 들면, 미숫가루는 메뉴 앞에 ‘시골 어머니의 정성을 담은’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는데, 실제로 경남 거창에 계신 저희 친정어머니께서 직접 준비하신 곡물 12가지를 쪄서 살짝 볶은 다음 빻아요. 약간 노르스름한 색깔이 나는 것이, 다른 미숫가루와는 차별화된 점이죠. 셰프들도 연륜이 있는 분들을 고용하고 있어요. 저희와 같은 마음으로 생산자와 손님들 사이의 중간 역할을 잘 해 주시는 분들이죠.”

시골에서 올라온 재료라 더 정감이 가네요.
“제철 재료들을 활용하고, 또 엄선해서 디저트를 만들려고 해요. 단팥죽의 팥도 역시 친정어머니가 직접 농사지은 팥을 사용하는데, 일일이 손으로 개고 걸러서 단팥죽을 만들고 있어요. 또한 떡을 넣지 않아서 단팥 본연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게 했죠. 팥도 굉장히 꼼꼼하게 검수하는데, 삶았을 때 팥 속이 비는 경우가 있어요. 상태가 좋지 않으면 다 반품을 하니까, 시골 할머니들이 손사래를 치기도 해요.”

요즘은 놋그릇을 흔히 볼 순 없잖아요. 손님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놋그릇에 디저트를 담아 내가면, 손님들이 대접받는 느낌이 들어 좋다고 해요. 사실 놋그릇에 디저트를 먹는 건 쉽게 접할 수 있는 경험은 아니죠. 놋그릇이 제수용품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고요. 하지만 쓰임새를 직접 보고 경험하지 못하면 잘 몰라요. 놋그릇에 예쁘게 음식이 세팅해서 나가면, 손님들도 놋그릇을 사용해 보고 싶고 또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하고 싶어지기 마련이에요. 그래서 혼수용품으로 놋으로 된 디저트 세트를 제작하기도 했어요.”

사실 저도 놋그릇을 제수용품으로만 생각했어요. 그래서 TV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주인공 도민준(김수현 분)이 놋그릇에 식사하는 모습이 놀랍기도 하고, 인상적이었어요.
“실제로 TV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와 <미스터 선샤인>에 나오는 놋그릇들을 저희 놋이공방에서 협찬했어요. 지금은 곧 방영 예정인 TV 드라마 <철인왕후>에도 놋그릇을 협찬하고 있고요. 매스컴의 영향이 커서인지, 방영 이후로 일본인과 중국인들의 문의가 많아졌고, 또 드라마에 나온 그대로 주문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었어요.”



놋이의 제품들은 모두 손으로 일일이 두드려 만든 방짜유기로, 특유의 형태와 빛깔을 자랑한다.




놋그릇과 한식 디저트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시는 것 같아요.
“재료와 방식은 전통적이지만 이를 세련되고 현대적으로 풀어 내려고 해요. 그래서 놋으로 와인 쿨러나 파스타 볼, 샐러드 볼을 만들기도 하죠. 디저트도 젊은 층의 입맛에 맞게 조금씩 변화를 줬어요. 대부분 한식 디저트를 한다고 하면 쌍화차 같은 걸 떠올리는데, 좀 고루해 보일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메뉴를 만들 때 고민을 많이 하고, 자문도 많이 받았어요. 얼린 홍시도 그냥 나가면 밋밋하니, 팥빙수처럼 단팥 고명을 올리는 걸 고안했고요. 생강은 체온을 높여 면역력을 올려 주는 좋은 재료지만, 특유의 매운 맛 때문에 꺼리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우유와 거품을 더한 라테를 접목해 목 넘김을 부드럽게 만들었어요. 또 어린 아이들을 위해 음료와 함께 간단히 요기를 할 수 있도록 현미 절편을 살짝 구워 아이스크림과 함께 구성하는 등 전 연령층이 쉽게 한식 디저트에 다가갈 수 있도록 약간의 변화를 가미했습니다.”

메뉴를 더 확장하실 계획도 있나요.
“조금이라도 제대로 하는 게 낫다는 생각으로, 당분간 메뉴를 더 확장할 계획은 없어요. 지금의 메뉴로도 충분히 놋그릇과 한식 디저트가 돋보일 수 있거든요. 여름 메뉴로 수박 셔벗이 인기가 많은데, 물론 홍시와 살구로도 셔벗을 만들 수는 있어요. 하지만 그러지 않는 이유는 구색을 맞추기보다는 그냥 지금의 메뉴들에 더 집중하기 위해서예요.”

한식 디저트가 세계로 진출할 수 있을까요.
“물론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지금 전 세계의 이슈가 건강이잖아요. 한식 디저트는 맛도 맛이지만, 건강에 참 좋은 것들이에요. 홍시는 자연의 햇빛과 이슬을 먹으며 계절을 견뎌 마침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 거잖아요. 현미와 검정깨, 미숫가루 등은 건강한 한 끼 대용으로도 충분하고요. 치즈와 밀가루는 많이 먹으면 속이 부대끼고 불편하지만, 한식 디저트의 재료들은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먹던 것이고, 또 예로부터 조상들이 먹었기 때문에 전혀 부담이 없어요. 또 만드는 사람의 정성도 듬뿍 들어가요. 눈에 보이진 않지만, 직접 먹는 사람은 감으로 다 느낄 수 있죠.”

놋그릇 가지런히의 미래가 궁금합니다.
“물론 전 세계의 음식을 담는 그릇이 놋그릇이길 바라지만, 그건 좀 힘들 것 같아요.(웃음) 놋그릇을 널리 알리기 위해선 의식주로의 확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놋으로 장신구나 소품들을 만들 수 있음을 알리고, 담긴 음식이 더 빛날 수 있도록 놋그릇의 디자인 또한 끊임없이 개발해야겠죠. 현대에서도 전통이 사랑받을 수 있도록. 그 소통의 창구가 바로 이 카페가 될 거예요. 이 카페에서 전문가와 함께 하는 토크 콘서트처럼, 전통을 널리 알릴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를 해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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